국제

‘BTS 다이너마이트 vs 북한 오물 풍선’ 승자는?

직관직설 2024. 6. 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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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 대북 확성기
오물 풍선과 확성기  @ YTN  뉴스캡처

 

“네가 오물 풍선을 보내면 나는 BTS 다이너마이트를 보낼 테다!”

살다 살다가 이런 싸움은 본 적이 없다. 공감대나 비교 포인트가 전혀 없는 수단으로 경쟁을 하다니?

몽둥이를 들고 덤비는 자에게 짱돌이라도 들어야 제격이지 않나? 이건 마치 침을 뱉는 자에게 떡을 던지는 꼴이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요즘 뉴스를 보면 해설을 하던 평론가들이 실소를 터뜨리는 걸 자주 본다. 북한이 계속 날려 보내는 오물 풍선 때문이다. 나는 오물보다 그에 맞서 우리가 대북 확성기로 튼 복수의 선물인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더 웃긴다. 오물에 BTS라니? 같은 날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북한으로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와 드라마 겨울연가등이 담긴 USB 5천여 개를 풍선에 실어 북한에 보냈단다. 이런 로맨틱한 복수가 없다.

 

이런 게 복수극이 되는 지금의 남북 대치 국면 자체가 우리 시대의 블랙-코미디다. 후세 국민들이 역사를 배우면서 ‘BTS와 임영웅, USB에 담긴 드라마...’를 오물의 상대어로 이해하기에 쉽진 않을 것이다. BTS와 임영웅도 지금 자랑스럽게만 여길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지금 우리 민족이 감내해야 할 패러독스이다.

 

 

삐라에서 시작한 오물과 BTS·임영웅... 공통점은?

 이 싸움의 시작은 ‘삐라’이다.

 

북한의 대남 삐라의 역사는 해방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우리의 대북 삐라는 그보다 몇 년 늦은 한국전쟁 시기에 시작됐다. 삐라는 일본어의 비라(ビラ)에서 유래한다. 처음엔 불온(不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아주 심각한 물건으로 인식됐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에겐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삐라 전쟁은 이제 그 내용물이 오물과 BTS로 진화했다. 흥미로운가. 아니 이게 또 무슨 해괴한 일일까. 삐라와 BTS. 오물 또는 임영웅. 이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공통점이 있단 말인가. 있다. 아주 강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심리전의 예리한 화살촉과 같은 의미에서 정확하게 동의어이다.

 

지금 북한 지도부의 심리상태와 대남 심리전 공격의 화살촉이 오물이라면 우리에겐 BTS와 임영웅이 그것이다. 오물이나 맛보라고 지저분한 공세를 퍼붓는 북한에게 우리는 제법 고상하고 로맨틱한 비수를 날린 셈이다. 폭발력이 수천 배는 넘어 보인다. 그러니 BTS와 임영웅도 그리 불쾌해 할 일만은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대북 살포 삐라  @  위키백과

 

이 치킨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격한 감정만 남은 사회와 무한대의 감성이 열린 사회의 싸움. 승부는 이미 뻔한 것이었다. BTS와 임영웅이 등장한 시점부터 해보나 마나 한 싸움 아닌가. 1절만 틀었어도 충분했다.

 

이제 누가 먼저 물러서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서로에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싸움은 아주 케케묵은 앙금이 불러온 싸움이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심리전에 관한 한 아주 깊은 앙금을 품고 있다. 그것이 체제 경쟁의 한 단면이기에 더욱 그렇다. 공산주의 이념으로 대표되는 전체주의 체제와 맞서 아직까지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가 물러서기에도 개운찮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때 휴전선 일대를 뒤흔들어 놓았던 우리의 확성기 방송은 북한에게 매우 민감한 수단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부터 화해와 협력 차원에서 자제해 왔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때 목침지뢰 사건으로 대결이 첨예화하던 시기에도 방송하다 곧 중단했다. 최근 10여 년 이래 제대로 틀어 본 적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우리가 먼저 한 발을 뺐다. 어제(10) 확성기 첫 방송을 한 후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군은 전략적·작전적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는 말로 그런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물에 견주기에 BTS와 임영웅은 좀 과한 선물이라 생각했다. 그러기에 말이다. 다만 아직은 상황에 따라서...’라는 단서가 있다. 진행형인 것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란 말이 있지 않은가. 주머니 속 송곳은 숨길 수 없는 재능을 말한다. 그러나 낭중지도(囊中之刀)라면 어떨까. 주머니 속의 칼이다. 잠시 숨겨 두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이미 북한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북한 주민들에겐 하루 들리다가 끊어진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언제 다시 폭발할지, 섬마을 총각 선생님처럼 기다려질지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기대감의 폭발력은 커진다. BTS와 임영웅. 하나는 강한 비트를 가졌고, 또 하나는 부드러운 유혹의 힘을 가졌다. 매우 치명적이고 로맨틱한 낭중지도가 아닌가. 

BTS @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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