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옆구리 쿡 찔러 놓고... 왜 전화 안 받아?”

직관직설 2024. 5. 1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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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 쿡 찔러 놓고... 왜 전화 안 받아?”

  미나의 노래 ‘전화 받어’에 나오는 가사다.
남녀 간의 사랑이 얼마나 가볍고 무상한가를 들려준다.  정말 사랑이란 성냥불처럼 타오르다 그렇게 쉽게 퇴색하는 걸까.  그렇다는 대답이 더 맞을지 모른다.  내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옆구리 쿡 찔러 놓고’이다.  사랑은 가벼워지고 있다.  얼마나 더 가벼워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Pixabay

사랑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데, 누군가 상처를 받는다.  그 가사처럼 안 받는 전화기와 함께 울고 있는 것이다.  가벼운 사랑 앞에 상처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사랑은 그런 것 아닌가.
 
그렇다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오래 가는 사랑은 뭘까.  아마도 파뿌리 같은 사랑은 미나의 가사처럼 옆구리 쿡~ 찔러 시작된 사랑이 아닐 것이다.  성냥불처럼 확 달아올랐다가 꺼지는 그런 사랑이 아닐 것이다.  시작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거기엔 성냥개비에 붙은 화약보다 더 오래 타오르는 어떤 연료가 있지 않을까.
 
왜 보통의 사랑에는 그런 에너지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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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성급한 사랑은 꾸준한 에너지를 축적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먼저 이 말부터 해주고 싶다.  그렇다.  사랑이란 적어도 두 사람 사이에 크고 작은 호감과 매력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그릇 속에 많은 의미와 기억들을 차곡차곡 침전(沈澱)시켜야 한다.
 
단지 한두 가지 끌림만으로 시작된다면 그것은 사랑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필요조건만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사랑은 없다.  필요함이 끝나면 사랑도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랑도 사랑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할지 묻는다면 사랑이라고 규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이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단계다.  사랑의 충분조건을 따져야 할 차례이기 때문이다.  이 조건은 이미 사랑의 단계를 넘어선다.  사람과 사람 간의 문제다.  간단하지 않다.  사람 간의 충분조건은 깊은 믿음이 전제되어야 하고, 상대를 포용하려는 끌어당김의 힘으로 작용해야 가능한 조건이다.  이것은 어느 한쪽의 생각으로 되지 않으며 가벼운 생각으로도 되지 않는다.  그러기엔 우리가 사랑에 대해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닐까.
 
가벼운 사랑은 서로의 가슴 속에 깊은 침전을 일으키기 어렵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믿고 있는 사랑이 순전히 허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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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상대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세밀한 감정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여전히 사랑은 각자 다른 허상을 향해 외치는 희망과 혼잣말에 불과할 것이다.  미나의 사랑은 지금 상대의 감정조차 읽지 못하고 있다.  그런 관계에서는 사람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주 다양한 일들을 신뢰로 이해하거나 공유하기 어렵다.  
 
더 깊은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더 많은 것을 공유하기 위해 여행이나 취미생활, 대화를 해 봐야 한다.  이것은 상식적인 방편으로서가 아니다.  그저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여행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사랑에 적셔 보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대화 속에서 같음과 다름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신뢰와 포용이 생겨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끌어당김의 힘이 강한지, 밀어냄의 힘이 강한지를 서로가 확인하는 게 어떨까.  그 단계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사랑의 문턱에 갔다고 할 수 있겠지.  만약 실패한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사랑을 하기에 서로가 잘 안 맞는지, 두 사람 중 누군가가 사랑에 부적합한 아이덴티티를 가지지나 않았는가를.
 
다시 미나의 사랑을 보자.  아마도 미나의 사랑은 그 단계까지 가기도 전에 부지직 타고 금세 꺼져버리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녀는 옆구리 쿡 찌른 것을 사랑의 시작으로 오해한 건 아닐까.  
 
사람들의 사랑에도 물질처럼 비중의 차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모든 물질 중 비중의 기준점은 그 값이 1인 물이다.  비중이 그보다 낮은 물질은 물에 떠다니는 부유물이 된다.  우리 시대 사랑은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다.  가벼워도 너무 가벼우면 사랑의 단계에 깊이 침전하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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