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테라포밍,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우주개발, 현실과 기적 사이
우주는 광활하고 신비롭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거기에서 연출되어 왔다. 그렇다고 상상하는 모든 일이 가능한 공간은 아니다. 그 대부분은 우리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지, 우주 자체가 기적을 일으키는 공간은 아니다.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하고 단언컨대 지금쯤 우리는 ‘놀라운 일’과 ‘대단한 일’, 그리고 ‘불가능한 일’과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일’을 구분해야 할 시점에 있다. 달에 갔다 온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냉정하게 비유하자면 “이제 문자를 터득했으니 박사학위 논문도 문제 없다”라는 말만큼이나 간격이 커 그저 공허하다.
화성 테라포밍(Terraforming). 이 주제는 많은 천문학자들에 의해 마치 곧 다가올 현실인 것처럼 주장되고 있다. 특히 방송과 유튜버들이 나서서 한껏 흥미 위주로 이 테마를 띄우고 있다. 재미는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기준에서 바라보는 과학자들, 특히 생물학이나 생태학을 전공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허무맹랑한 얘기라 단언한다.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심지어 화성에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주 참사’로 끝날 거라 경고하기도 한다.
지금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는 반론의 근거는 역시 생태계 이론이다. 유사 이래 인간이 생태계와 맞서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농토나 산을 개간한 것 빼고는. 그런 국부적 개발 역시 많은 부작용을 낳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이 화성을 테라포밍하겠다는 계획을 듣고 정말 어안이 벙벙해진다. 마치 이미 인간이 우주의 지배자나 생태계의 주관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 게 아닌지. 혹시 최상위 포식자와 자연의 지배자라는 개념을 혼동한 건 아닌지.
일론 머스크가? 돈으로?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40년까지, 그러니까 10여 년 후 약 100명의 인간을 화성에 보내 정착시킬 거라 공언했다. 그가 과연 우주와 생태계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모르더라도 여러 분야 과학자들과 깊은 탐색을 거치기나 했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심각한 문제는 그가 로맨틱한 꿈을 말한 게 아니라 제2의 지구로서의 화성에 진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투자를 받고 있다는 데 있다. 나는 그가 자신의 돈만으로 혼자 화성에 가길 바란다. 실패 확률 99.99%라는 이 숫자가 바로 그가 꾸미고 있는 계획들이 사기가 될 확률과 동률이기 때문이다. 인류를 위해서? 그렇다면 더욱 이 일을 깊이 재고하기를 권유한다.
영화 '마션'을 보았을 것이다. 화성에 버려진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스스로 감자를 키우며 살다가 화성을 탈출한다. 현실에서 미생물계와 자양분이 없는 화성의 토양에서 감자를 키우는 일이 가능하리라 보는가.
화성 테라포밍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테라포밍을 주장하는 이들은 연구비로 쓸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스티븐 호킹 박사도 화성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당위성 근거로 말하지만, 호킹 박사로부터 가능한 방법론을 알아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도 많은 과학자들이 화성 테라포밍이 가능한 것처럼 열변을 토하는 것일까?
그럴 동기는 충분하다. 우선 그들이 주장하는 근거 중에서 실패하더라도 인류에게 유익한 신기술이 남는다는 점은 일면 납득이 간다. 그러나 그것이 목표나 목적이 될 수는 없으므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솔직하게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그것이 그들의 딜레마다. 희박한 가능성을 안다면 누구도 그들의 불꽃놀이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지 않을 테니까.
화성 테라포밍은 천문학 아닌 생물학적 과제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단 한 번도 자연을 지배한 적이 없다. 콘크리트로 땅을 덮거나 달에 사람을 보낸 일이 자연계를 지배한 것으로 착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생태계에 대한 무지이며, 자연계에 대한 오만이며, 우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발상일 따름이다. 우리가 여러 특정 분야에 걸쳐 자연의 이치를 조작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연은 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영역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이며, 결정적으로 무한대의 특정 영역 간의 유기적 복합작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위대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세밀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화성을 테라포밍 하는 일은 레고블록을 조립하는 작업이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해변의 모래알 100톤과 산과 들판의 흙 수백 톤을 실어 와 그 알갱이들로 고층 아파트를 짓는데 각 입자들을 결합하는 접착제를 입자마다 다른 것으로 써서 건축해야 하는 작업과 다를 게 없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비유하자면 수천 가지, 수만 가지 조건을 입력해도 모자라는데, 그 이상의 입력값을 우리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혹시 머스크는 친한 과학자들로부터 들은 100가지 정도 입력값을 알고 자신감에 불타는 건 아닌지.
혹시 숨만 쉬면 산다고 믿는 것인가. 미생물 몇 종, 식물 몇 종 정도 잘 결합하면 새로운 자연 생태계가 생겨날 거라고 믿는 건 아닌지. 아니라면 수억 종의 생물체계를 화성으로 다 가져갈 셈인지, 묻고 싶다.
여전히 인류는 번식력이 대단한 토끼 정도도 제대로 어쩌지 못하는 수준이다. 호주 정부가 총력을 다해 싸웠지만 참패한 회색 토끼들을 기억하라. 마오쩌둥이 전국적으로 벌인 참새와의 전쟁도 다시 상기해 보라. 일론 머스크가 아무리 훌륭한 컨설턴트를 고용한다 해도 그 자신이 프로그래머, 경제학 등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테라포밍에 대해 엄청난 결정을 할 수 없다. 호주 정부나 마오쩌둥이 생태학에 대해 무지하여 엄청난 패배를 한 일은 머스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화성 정착이 불가능한 결정적 이유들
무엇보다 우주기지의 테스트-베드로 세웠던 바이오스피어2의 실패가 중요한 판단 포인트다. 밀폐된 공간에 갇혔던 실험 참가자들 전원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건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인류는 아직 바이오스피어2 안에서 공기 성분과 함량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30년 전 일이라고 치부하지 마라. 크게 달라진 건 없고, 근본적인 진보한 것도 없다. 단지 화성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지식을 가진 것뿐이다.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것들이 많지만 적어도 화학적 작용과 박테리아에 관해서는 깜깜한 무지의 수준이다.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은 이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이루어지고, 또 운행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한참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고, 백신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의 친구들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다.
화학작용과 박테리아. 이 두 가지 요소는 자연의 밭에 해당한다. 이 작용들이 다 이루어진 상태에서 식물과 동물이 자라는데 그것은 밭에 자라는 고구마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제 고구마를 캐는 데 익숙해진 수준이며, 겨우 고구마의 성분 정도를 이해하고 맛있게 먹는 수준에 도달했다.
지금 머스크가 하려는 일은 무엇인가. 고구마를 좀 이해했으니 화성에다 고구마도 심고, 감자도 심고, 닭도 기르고, 땅과 하늘도 인공으로 꾸며 보겠다, 바로 이것이다. 그는 아직 닭을 길러 본 적이 없다. 그 닭이 어떤 박테리아를 필요로 하는지, 닭을 관리하는 자들이 자기장이 없는 그곳에서 얼마나 버틸지, 알지 못한다. 아니,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말하지 않는다. 단지 그 일을 하겠다고만 말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 화성에서의 정착이 불가능한 확실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금속물질로 된 핵이 없는 화성에는 자기장이 없고, 중력이 지구의 1/2에 불과해 모든 사람들이 심각한 골다공증과 혈관병에 시달릴 것이며, 키가 조금 더 자랄 것이며, 그리고 화성에서는 로켓 연료를 얻을 충분한 조건이 되지 못하므로 다시 지구로 돌아오지는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에 직면할 것이다.
갑자기 어떤 부품이나 몇 종의 박테리아가 더 필요하다면 다시 때를 맞춰 로켓을 띄워 수백 일 동안 지구로 날아가야 한다. 거기에 공장과 박테리아 배양실을 새로 짓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강과 바다에 물이 넘쳐나고, 밭엔 푸르른 곡식이 자라는 이 생태계. 머스크를 포함해 우리 인류가 이 모든 환경을 당연한 조건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화성기지에서는 수없이 몰려드는 소행성들을 막을 대기권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구에 밤마다 몰려오는 유성들이 화성에도 수없이 떨어진다. 밤낮 미사일을 날려 시속 3만km가 넘는 속도의 소행성 표적을 부숴야 한다. 유성이나 소행성 충돌 한 번이면 화성 기지는 끝나고 만다. 우리는 엄청난 생산력을 가진 미사일 공장을 지을 수단을 화성까지 옮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 기초조사도 부족한 단계
이는 몇 가지 쉬운 예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나는 나의 알량한 과학적 지식만으로도 지금 단언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수많은 난제들을 풀 재능도, 이 난제들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없었다. 단지 그게 너무나 하고 싶을 뿐이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의 수많은 질문과 의문에 그는 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영원히 다른 행성에 정착하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시도가 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화성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머스크의 생각대로 조만간 인류의 화성 정착이 이루어지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큐리오시티를 비롯한 수많은 탐사선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화성에 대해 알아낸 것이 부족하다. 그저 어느 정도 드라이아이스 형태의 물이 있지 않을까 추정되는 정도다. 그저 강이 흘렀던 흔적이라 보기엔 형태조차 다른 표면 지형을 물이 마른 강이라고 우기는 수준에 우리는 와 있다.
나는 머스크와 비슷한 생각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에게 먼저 생물학 공부부터 다시 하기를 권유하고 싶다. 지구가 형성된 후 단세포 생물이 출현하기까지 약 10억 년, 제대로 된 생명체가 서식하기까지 거의 25억 년의 시간이 걸린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기를. 만약 제로-베이스에서 어떤 인공적 플랜에 의해 광범위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냐 묻는다면 생물학자들은 아마도 최소 수만 년 이상 걸릴 거라고 말할 것이다.
금속 덩어리와 돌덩어리들로 어설프게 뭉쳐졌던 초기의 뜨거운 지구보다 작게 말라붙어 식어버린 지금의 화성이 그 사이즈와 성분에서 생명을 키우기에 더 불리하다는 점을 부인한다면 그것은 이미 과학적 사고가 아니다. 화성의 태생적 한계를 인간의 힘으로 채울 수 있는 날은 어쩌면 지구 스스로 생명을 키워 온 시간보다 더 멀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 행성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인류라면 약간 병든 지구를 테라포밍 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닐 텐데......
일론 머스크. 과연 그는 혁명가일까, 조급증이 심한 로맨티스트일까, 아니면 오지 않을 고도(Godot)를 기다리는 간절한 사내일까, 아니면 사기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는 화성 이야기를 너무 빨리 꺼내놓고, 이제 와서 스스로가 황당해하는 건 아닐까?
지금은 그에 대한 반론이 필요할 때라 생각해 이 글을 쓴다.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받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