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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낸 세금, 사회갈등으로 다 버려진다"

by 직관직설 2024.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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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사회갈등으로 인해 소모되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246조 원이란 보고가 있다. 국가 예산의 1/3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2013년 정부 의뢰에 의해 삼성경제연구원이 조사한 것이니 지금은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사회갈등이 곧 내가 낸 세금의 낭비라는 생각을 해야 할 때다.

사진출처: Pixabay

어느 사회나 갈등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 정도와 양상이 심각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특히 모든 정책이나 이슈가 정쟁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려 깊지 못하고 짧은 안목에 빠져 있는가를 반증한다. 여기엔 소모적 이슈에 동조하는 국민들 책임도 작지 않다.
 
교육계나 언론, 심지어 검찰과 경찰, 법조계까지 정치적 이념에 오염된 상태다. 이들은 적어도 이념적으로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이제 지성인들은 정치 세력의 용병으로 자처하고 나섰다. 특히 여론의 기반인 언론계는 그 책임이 가장 크다. 보통 건강한 민주사회 언론이라면 다수의 중립적 미디어들과 소수의 좌·우 성향 매체가 견제와 균형을 맞춘 구도를 지향해야 한다. 그런 균형 따위는 이 나라에서 저버린 지 오래고,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던 게 아닌가.

이동훈 칼럼니스트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쪽은 지성인들이다. 물론 정치인도 여기에 포함된다. 여론이든 정책이든 국가를 위한 그 무엇이든 가장 큰 책무를 진 이들이 바로 지성인들 아닌가. 그들이 이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면 부끄러워하기라도 할까. 나는 단언컨대 아니라고 본다. 양식과 양심을 버린 지 오랜 그들은 마치 모든 지성인들이 특정 이해관계에 영혼을 판 현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그 자신도 어색하지 않게 영혼을 팔아치울 틈을 살피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제 이 나라 지성인들은 영혼을 판 데 만족하지 않고, 더러운 광기(狂氣)의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앞다투어 더럽게 자신의 영혼을 오염시킴으로써 특정 이념과 이해관계의 리더 그룹에 랭크되고, 그것을 권력이라 믿게 되었다. 지금 이 형국은 광패(狂悖) 현상으로 보는 게 딱 맞다. 패(悖)한 상태가 거의 미친 수준이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집단지성(集團知性)의 완벽한 몰락을 보고 있다. 이 현상은 대한제국 시절 매국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래 전 그들이 사탕에 영혼 한 자락을 팔아 매국의 논리를 말하고, 시를 써댔다면 지금 이들은 영혼 자체를 통째로 폐기시킨 것에 비유하는 게 맞다. 구한말에는 그래도 멀쩡한 지성인들이 더 많았다면 지금은 대다수가 몰(沒)지성인으로 전락했고, 또 나머지 소수의 지성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집단지성이 집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과 다르지 않다. 자기반성도 없다. 그런 지성계에 대한 사회적 비판도 없다. 그러니까 자연히 망설임조차 없다. 왜? 너도 나도 다 그런데 누가 누굴 비판하며, 비판할 세력조차 없어진 상태니까. 책임도 n분의 1로 지는 셈이니 더 가볍다고 생각한 걸까. 그렇다면 원래 저들이 지성인이 맞긴 한 걸까?
 
아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지성인으로서의 소양을 배우지도 못했다. 그저 지식을 쌓고, 대접을 받고, 미디어에 얼굴을 내밀고, 유명세를 얻으면 돈도 좀 벌고, 그리고 그것을 출세라 믿게 된 것이다. 그게 그들의 전부다. 이미 지성을 버린 지 오래된 그들은 지적 유희의 게임에 들어섰다. 오래된 일이다. 그렇지 않고 이런 집단적 자살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들의 게임을 도와주는 편리한 도구까지 생겼다.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 방송이 그들의 가벼운 말들을 담아내기에 매우 유용한 틀이다. 격정적이고 야비한 비난조차 돈이 되는 황금어장 아닌가. 이제 물을 만난 그들은 그들에 의해 수준이 낮아지고, 관점조차 비뚤어진 시청자들을 잘 데리고 놀면 그만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교육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교육이 모든 지성의 원천이니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바로 세울 세력이 이미 그들의 손안에서 지성과는 먼 거리에 유리되어 있기 때문이며, 아주 근본적으로 망가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정부나 교육계의 몫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일반 국민들도 지성인들의 일탈에 대해 준엄한 잣대로 평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댓글만으로 부족하다. 그런 그들이 영혼을 팔아 얻은 유명세로 정치계에 입문하려 한다면 한 표를 가지고 그들의 썩은 영혼에 비판의 화살을 날려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달콤한 출세를 갈망하는 소심한 그들에겐 강한 위협이 될 테니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나라를 갈등으로 몰아넣은 그들이 사회적으로 빼앗아 간 한 해 246조 원의 돈, 그것은 우리들의 지갑에서 나간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사회갈등에 동참해서 세금 낭비 대열의 앞줄에 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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