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수년 전 언론매체에 게재한 본인의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우리는 이런 말을 많이들 한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
세상에 이런 모순이 있을까?
도대체 살은 왜 찌는 걸까? 나에게만 찌는 것인지. 우리 몸에 붙은 살에 관심이 많은 우리는 늘 이런 의문을 달고 산다.
더욱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는 일은 ‘요요-현상(yoyo現象)’이다. 요요가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고생해서 뺀 살이 슬그머니 다시 붙는 것이다.
체질과 섭생법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다이어트에 관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핵심적으로 요약하여 소개하려 한다.
살이 찌는 것은 먹는 양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이 점부터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물론 전혀 영향이 없진 않다. 그러나 식사량, 음식 취향, 운동량 등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 중 하나가 식사량일 뿐이다. 모두가 상대적이거나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먹방 유튜버 쯔양의 박정원 씨를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쯔양은 먹는 양도 많지만, 야채를 싫어하고, 오이는 아예 못 먹는다고 한다. 편식과는 좀 다른 얘기이긴 하다. 좀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많이 먹고 살 안 찌는 사람들 많다. 비만의 원인이 먹는 양의 문제는 확실히 아니다. 그럼 뭘까?
“영양분을 저장하라!” 뇌의 명령
비만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까?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경우처럼 말이다. 있다. 우리 뇌가 내리는 ‘영양분을 저장하라!’라는 명령이 그것이다. 물만 먹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물로 버티고, 뭘 조금밖에 안 먹었다는 의미다. 그 조금까지 모조리 저장하라는 뇌의 명령이 바로 비만의 원인이다.
이는 뇌가 우리 몸에서 기능하는 본질적인 임무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굶었을 때 뇌는 한 가지만 판단한다. 이유 없이 저장해야 한다! 왜? 내 몸 주인이 생존해야 하니까. 그뿐이다. 우리 뇌는 공부하고, 일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모든 뇌 과학자들이 하는 얘기다.
외부로부터 들어온 감각 정보, 영양소, 이미 저장된 기억을 종합하여 뇌는 판단한다. 생존에 최적화할 수 있는 명령어가 무엇인지. 뛰어야 하나? 숨어야 하나? 이 경우는 “무조건 저장해야 한다!”이다.
저장하지 않을 조건을 만들어라!
그렇다. 뇌가 저장 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살을 뺄 수 있다. 이제 그 조건만 찾으면 된다.
그리 어렵지 않다. 뇌는 우리 몸에 들어오는 음식물들이 영양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을 때 저장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 우리 뇌가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뇌와 잘 소통하고, 뇌를 안심시키는 정보를 공급해 줘야 한다.
영양 불균형이 나타나면 우리 뇌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흉년이 들었거나 전쟁이 났을까? 아니면 어디 먼 길을 떠나 제대로 식사를 못하는 상황일까? 바로 저장 명령이 내려지는 것이다. 이제 해답에 가까워졌다. 뇌를 안심시키는 방법을 제시해 보려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소식(小食)이 좋다. 소식이란 자주 굶으라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연령대와 비교해 평균적인 식사를 하고 있다면 때마다 두 숟가락 덜 먹어도 아주 훌륭한 소식 습관이 된다. 그럴 때 몸이 가벼워지고, 몸 안에서 건강한 변화가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몸에 들어온 영양소들이 최대한 쓰이도록 몸이 알아서 작동하는 원리다. 자동차로 치면 연비가 높아지는 셈이다.
견과류 혹은 전통 한식이 답!
견과류는 섭취량과 관계없이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최고의 음식이다. 특히 견과류마다 함유된 비타민, 단백질 등 미량 원소들은 그 종류가 워낙 많아 다이어트 보조식품으로서는 최고다. 식사량이 많든 적든 약간의 견과류를 간간이 먹어 준다면 뇌는 안심하게 될 것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견과류를 따로 먹기가 번거롭다면 더 간단한 해답은 우리 곁에 있다. 바로 집밥이다. 전통적인 한식은 최소 십만 년 이상 우리 몸을 지탱해 온 음식으로서 몸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몸과 뇌는 전통음식으로부터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한 생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집밥을 주식으로 할 때 뇌는 우리가 아주 안정적인 상태라고 느낄 것이 확실하다. 그것은 마치 어릴 때 엄마가 해 주던 작은 반찬 한 가지가 어떤 요리보다 더 맛있었던 경험, 그와 같은 법칙이 아닐까.
햄버거를 자주 먹으면 살이 찐다는 의미는 우리 몸과 뇌가 인식하는 한 햄버거가 섭생 규칙에 맞지 않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인 셈이다. 입이 원하는 음식과 몸이 원하는 음식은 다르다. 조상 대대로 먹어 온 음식이야말로 체질에 최적화한 메뉴임을 안다면 약간의 식사량 조절과 운동만으로 신체 균형을 지킬 수 있다.
체질과 음식에 대한 극단적인 비극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피마 인디언들이다. 그들은 수만 년 동안 수렵과 채집생활을 하다가 미국 건국에 의해 미국식 생활에 젖어들었고, 고칼로리 패스트푸드를 먹기 시작하면서 가장 날씬한 체형을 가졌다가 초고도 비만과 당뇨로 완전히 건강을 잃어버린 경우다. 시베리아에서 북아메리카로 넘어간 몽골리안 계통의 아시아 인종이 서구식 식생활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나쁜 결과를 피마 인디언들이 보여줬다. 그 반대의 경우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식품 연구자들의 견해다.
그래서 음식은 오래 먹어 온 메뉴가 최고라는 게 체질 과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우리 전통 음식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도록 메뉴를 개발해 왔다. K-푸드가 공연한 일이 아니다. 극단적인 비교로서 이렇게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서양인들이 K-푸드를 자주 먹었을 때와 우리가 햄버거나 피자를 자주 먹었을 때 비만을 비롯해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따진다면 극과 극이다. 서양인들이 몸으로 그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있고, 입이 원하는 대로 먹으며, 몸을 입에 맡긴다. 몸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에는 무관심하다. 먹기 위해 산다는 사람도 있다. 정말 삶의 목적이 그렇다면 그건 개인의 선택일 것이다. 다만 그런 가치관을 가지는 순간부터 비만이나 건강에 대해서는 잊어야 한다.
비만이라는 말을 ‘원래 체질·체형을 잃어버린 상태’라는 말로 바꿔 보자. 거기에 답이 있다. 우리 몸은 음식과 활동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상태가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비만은 음식의 균형과 익숙한 습관을 잃어버리거나 바꿨을 때 가장 큰 위기에 처한다는 사실, 꼭 기억하자.
나를 지나치게 걱정하고 보호하려는 뇌, 그 녀석을 안심시킬 수 있다면 다이어트는 일도 아니다. 내 몸에 관심을 가져 보자. 두 숟가락 줄이거나 가끔 견과류를 먹어 주는 일, 어려운 게 아니다. 또 집밥은 뭐 그리 어렵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