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운명은 유튜브 이전과 이후로 완전하게 갈렸다.
과학은 ‘가설과 검증’의 세계이다. 그러나 유튜브 등장 이후로 모든 가설이 신념과 이념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과학자들이 신(神)의 경지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신이 된 과학자들의 신도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이 이 시대의 모순이며 지식과 진리의 아포리즘이기도 하다.
유튜브는 팩트 검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언론 미디어가 아니라 개인 채널 격인 소셜미디어이다. 따라서 책임이 사라진 미디어에 팩트 검증을 맡은 데스킹 기능이 있을 이유는 없다. 전적으로 스피커(출연자)의 공적인 신뢰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들은 한 몸이 되어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되고 말았다.
그 콘텐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우리 판단의 영역이지만, 알맹이와 껍데기를 가려내지도 못하고 그들의 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유튜브의 먹잇감에 된 점은 분명해졌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들 일부 또는 모두가 부분적으로는 이미 그들에게 영혼을 판 운명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해졌다. 이제 그들은 정말 신이라도 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신이 아니고선 알기 어려운 주장을 펼치는 그들, 몇 가지 예를 보자.
기후변화, 인류 멸종 예언들
한 과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지구 생태계는 150년 안에 무너질 것이다. 그는 150년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마다 똑같은 주장을 펼친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인류는 150년 안에 멸종할 거라 말한다.
정말 그렇다면 그는 이 150년이라는 수치가 어떤 과학적 근거에 의해 도출됐는지를 반박 불가능한 논리에 의해 규명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 티핑-포인트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다. 이것은 탄소중립이 필요하냐 마냐의 문제와는 별개다.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티핑-포인트를 설정해 그 이후의 급변 사태를 예측하느냐의 문제이다.
여전히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언론매체들도 ‘150년’과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장의 근거가 희박하거니와 검증의 툴조차 없는 감성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간혹 전통 언론에서도 몇 년 또는 몇십 년 후의 지구 기후를 예측하는 모델이나 주장을 소개하는 경우는 있지만 생태계 붕괴나 인류 멸종을 말하지는 않는다. 유튜브만이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벌써 우리 미래는 화성에!
더욱 황당한 주장은 우주에 대한 주장들이다. 그 중 가장 압권은 ‘화성 테라포밍’ 계획이다.
과학은 원래 그런 황당한 주장과 가설로부터 시작한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화성 테라포밍 계획은 차원이 좀 다른 얘기다. 우주가 시뮬레이션이라든가 센타우루스자리 어디에 고등동물이 살 거라는 얘기와는 아주 다르다. 화성은 이미 지표 탐사가 시작된 행성이며, 거주지 건설을 위해 투자자가 모집되고 있다. 탐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화성에서 얼음층이 발견되었으니 사람도 살 수 있을 거다. 유기체의 흔적 비슷한 게 보이니 과거 생명체가 살았을 것이다. 이런 차원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화성에 존재하지 않는 자기장 보호막의 문제나 생태계의 복잡한 작용 등 정작 생명에 필요한 절대적 요건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그들의 관심사는 투자자를 끌어모으거나 연구비를 불리는 일 아닌지. 그런 목적에 동조하는 유튜버들에겐 더 시급한 목표가 조회수를 올리는 데 있다. 그뿐이다.
평양에 전화해 보니, 북한 곧 무너진대!
그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제 곧 무너진다. 물론 그 예언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맞지 않은들 어쩌겠는가. 문제는 그들의 주장은 매우 순진하고, 또 근거가 희박하다는 데 있다.
“내가 평양에 전화해 봤는데 북한이 곧 무너질 거래!”
한 탈북민이 유튜브 방송에 나와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이 무너진다는 미래 예측과 자신이 평양에 사는 지인과 통화한 사실의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 평양의 누구와 통화했는지, 그 누군가가 북한의 운명을 좌우할만한 붕괴 버튼이라도 가졌다는 뜻인지, 그는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평양 출신이며 통화한 사람이 자신의 정보원이라고만 밝힌다.
도대체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일까. 아무리 북한 사정에 밝은 정보원이라 하더라도 매일 여과 없이 북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우리보다 북한에 대한 입체적인 정보를 가진 사람이 김정은 이너서클 말고 폐쇄된 북한 안에 존재할까? 정보기관조차 북한으로부터 수집된 단편적인 팩트와 첩보들을 모아 분석하는 현실에서 전화 한 통으로 북한 전체를 종합 진단할 수 있다니. 심지어 그는 북한에 관한 정보를 다루는 전문가도 아니란다. 그렇게 간단한 일을 안기부 시절부터 정보기관은 왜 그렇게 목숨 걸고 해 왔을까.
듣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다. “어쩌자는 것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유튜브라 하더라도 주장의 허용 범주를 한참 넘어가는 일탈은 시청자들의 건강한 상식에 의해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유튜브든 그 무엇이든, ‘아무 말 대잔치’가 허용되는 특권을 가진 미디어는 없다. 그것이 명예훼손이나 검증으로부터 자유롭고 말고의 차원이 아니다. 나는 이런 유튜브 현상을 ‘신들의 난장판’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지금 유튜버들은 더 강한 것을 담기 위해 더 절대적인 주장을 펼치면서 가장 무책임한 타이틀을 달아 눈맛을 끄는 데 몰두하고 있다. 불안한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달콤한 메시지는 예언과 겁박이다. 우리는 그런 예언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들의 주장은 조심성이나 책임감이 없을뿐더러 장난스럽거나 비아냥대기까지 한다. 그 내용이 인류 또는 국가의 운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조차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판단의 근거를 대줘!”
자유로운 주장을 개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런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상식과 윤리의 기준과 함께 시청자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매너가 뒤따라야 한다. 이런 추세로 무책임한 주장으로 상징을 조작하는 콘텐츠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다면 구독자들이 그들의 돈벌이 먹잇감이거나 바보로 전락하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유튜브 시장 전체가 공멸하는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당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 그나마 신뢰할만한 정보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미디어들을 평가해 추천하는 필터링 플랫폼이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곧 등장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