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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효자가 되기 어려운 세 가지 논리적 이유

by 직관직설 2024.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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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극  < 불효자는 웁니다 >  포스터 @ 하나투어

 

옛 윤리를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명심보감> 효행편에 부모님 은혜에 대해 심은(深恩)과 망극(罔極)’이란 표현이 있다.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갚으려 해도 끝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효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동네에서 이름난 효자에게 물어본들 시원한 대답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명심보감에서는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부모의 사랑과 은혜는 너무 깊어 다 보답해 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자식들은 자신이 불효자라고 자책하면서 평생을 지낸다. 특히 부모를 다른 세상으로 보낸 자식은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의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 갑작스레 부모를 여읜 자식들은 한동안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자책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우리 주변의 다반사 아닌가.

 

그렇다. 이것은 효도에 관한 크기의 문제이다. 역부족이다. 낳고 길러준 은혜를 다 갚는 일이 가능하지 않음을 나는 그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이제 그 내용의 문제를 짚어보려 한다. 우선 효도의 의미에 대해 부모와 자식에게 따로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자식은 부모의 호강과 행복을 효도의 기본이라 여기겠지만, 부모는 자식이 건강하게 잘 사는 걸 최고의 효도로 여길 것이다. 물론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마음 깊은 곳의 바람이 서로 다르다. 부모가 걱정하지 않게 하는 게 효도라는 옛말이 있다. 효도를 거래하는 당사자인 부모-자식 간의 접점이 일치하기 어려운 점을 나는 두 번째 이유로 꼽고 싶다.

 

세 번째로, 전통적인 가족문화가 너무 강한 결속력을 가진 점을 꼽고 싶다. 다시 말해서 부모와 자식이 마치 한 덩어리의 존재처럼 인식되는 한국 또는 아시아적 전통문화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가족에 대한 무한한 결속력과 헌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목에서는 문화적인 호불호를 말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그러한 문화는 부모의 독립적 존재감, 자식의 자율적인 삶을 부분적으로 구속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가 자식에게, 주변인들이 자식에게 요구하는 항목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무감이 자식으로 하여금 과도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누구나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효행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

 

자신의 나이 80세가 넘어 100세가 넘은 어머니를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렸다는 조선 세종 때 효정공 이정간(李貞幹) 선생의 일화가 전한다. 그는 강원도 관찰사 벼슬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효도에 삶을 바쳤다니 우리로서는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일 아닌가.

효정공 이정간을 모신 충북 청주시 정원군 오창읍의  충효재 @ 전의이씨  화수회

 

자식들은 절망적인가? 정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오래 고민해 온 주제가 효()였다. 아니, 불효였다.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 불효자라 여기며 고민하던 나로서는 택할 수 있는 딱 한 가지 대안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자주 대화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화라도 자주 하면 내 마음이나마 편하고, 부모님에게도 위안이 되어드리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이었다. 부모가 걱정하시는 것들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는 데 힌트가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 그게 가장 큰 효과였다. 심지어 여든을 넘기신 어머니에게 스마트폰 다루는 법과 카카오톡 보는 법을 알려드리려 했으나 복잡하다고 하셔서 문자메시지 확인하는 법을 가르쳐 드렸다. 찾아뵙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주 효과적인 소통 방법이었다. 그 소통 속에서 찾아지는 크고 작은 의견의 실마리와 접점들을 대화와 행동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 어쩌면 부모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부모와 자식 서로의 마음속에 공감을 키우는 일, 어쩌면 그것이 최소한의 효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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