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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이 원래 맞는 표기... 중국은 ‘차이나’라 부르자”

by 직관직설 2024.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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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이 짜장면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자장면vs짜장면 논란을 기억하십니까? 국민들은 모두 짜장면이라 말하고, 국어사전에서는 자장면만 인정하던 시대가 있었죠.

 

이 논란이 2021년 한 언론 인터뷰에 의해 공식적으로 끝난 일이 있었답니다. 당시 국민일보의 한 기자가 국립국어원 권재일 원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면서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하겠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낸 셈인데요.

 

국립국어원 권재일원장 보도사진
‘ 짜장면 표기도 인정하자 ’ 라는 답변을 하는 권재일 원장 @ 국민일보 뉴스캡처

 

 

이 짜장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환호한 것은 표기법의 유연성, 통용성을 인정하였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규범의 합리성보다도 쓰임으로서 생명력을 갖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시 해석해 보려 합니다.

 

짜장면은 타이완 화교 교민들이 인천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중국집에서 만들기 시작한 음식입니다. 짜장면이 베이징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지만 우리 짜장면과 다릅니다. 색깔도 다르지만, 실제 먹어 본 사람들은 아주 다른 음식임을 알죠. 예나 지금이나 가장 대중적인 국민 음식이기도 하고요. 이 짜장면이 자장면이라는 표기로 공식화한 것은 발음기호 때문이라는 게 제 생각인데요.

 

짜장면의 한자어는 작장면(灼醬麵)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을리다, 지지다 라는 뜻의 작()이라는 글자의 ‘zhá’라는 발음이죠. 기호로만 보면 분명 이지만, 실제로 중국인들은 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들어보세요.

 

[()의 중국어 발음] http://t1.daumcdn.net/language/4E9FFCAC030953013D

 

그래서 저는 원래 짜장면이 맞는 표기라고 말하는 겁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발음기호로만 검토했기 때문인지, 짜장이라는 뉘앙스가 좋지 않았기 때문인가요? 어쨌든 짜장면이 짜장면 대우를 받게 됐으니 좋은 일입니다.

 

짜장면 자장면 이미지
짜장면  @  다음 백과사전

 

 

얘기가 나온 김에 중국이라는 나라 이름 표기에 대해서도 제 의견을 말해 볼까 합니다. 중국 고유명사 표기는 중국어 발음에 따르거나 한자어의 우리식 발음을 따라도 된다는 게 표준어 기준입니다. 좀 특이한 부분이 뭐냐면 바로 한자어 발음이나 표기법을 그대로 따라도 된다는 점인데요. 이게 혼란의 주범입니다.

 

미국인들은 차이나(China)’, 중국인들은 자신들 국명을 중궈/쭝궈(Zhōngguó)’라 부르는데요. 중국이라는 국명은 세상의 중심 국가라는 사상을 담은 대단히 자기 우월성이 강한 국명입니다. 그 의미야 어쨌든 고유명사는 국제적 통용성을 기준으로 차이나라 하든가, 아니면 중국 원어민 발음에 따라 중궈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시진핑은 시진핑이라 부르고, 중국은 중국이라 부르는 게 일관성이 없죠. 한국인들이 유독 한국식 한자어 발음에 습관적으로 의존하는 중국 고유명사들이 있습니다. 중국, 공자, 심양, 곤륜산, 요녕성, 만주와 같은 어휘인데요. 중궈, 콩즈, 선양, 쿤룬산, 랴오닝성, 만저우라 부르면 좀 어색한가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역 사건 현장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역 사건 현장  @  소후닷컴

 

 대표적으로 하얼빈(哈爾濱) 표기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하얼빈을 한자어 발음으로 합이빈이라 부르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실제 하얼빈에 가보면 도시 자체가 유럽풍과 러시아풍이 아주 강해 중국 도시란 느낌이 거의 나지 않습니다.

 

우선 겨울엔 너무 추운 도시라 러시아에 온 것 같고, 도시 이미지조차도 한자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죠. 물론 하얼빈이라는 지명 자체가 쑹화강(송화강) 강변 그물 말리던 곳이란 의미의 만주어에서 유래한 점도 있겠지만, 하얼빈 또는 하르빈이라는 발음이 자연스럽게 들려 친숙해진 점도 있을 듯합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홍콩(香港)을 향항, 티베트(西藏)를 서장,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를 오로목제, 네이멍구의 도시 오르도스(鄂尔多斯)를 악이다사, 티베트의 수도 라싸(拉薩)를 랍살이라고 부른다면 많이 어색할 겁니다. 짜장면을 작장면이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점을 보면 한자어 우리식 표기법은 전혀 일관성이 없고, 혼란스럽기까지 한 표기법 아닌가요? 그런 규칙이 없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겠죠.

 

여러 가지 특수성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를 합리적 기준에 따라 정립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중국 고유명사에 대한 현행 한국어 표기법이 한자권이니까 대충 편하게 사용하자’, 적어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면 국명만이라도 차이나’, ‘타이완으로 통일하고, 원어 발음을 권장해 보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현실을 보면 지금 우리는 중국에 관한 명사들을 우리가 편한 대로, 또 관습적으로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해석입니다. 한자 문화권의 특성이긴 합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나 편의성에 따라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한국어는 인류 역사상 유일한 인공적으로 창제된 언어이며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체계 정립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거의 유일한 언어입니다. 따라서 중국 관련 표기에서도 합리성에 기초를 두고 표기법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우리말의 발전에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마도 표기법에서 한자어를 기준으로 삼거나 관습적인 표기를 존중하는 이유는 역사적인 지명이나 인명을 고쳐 부르기에 불편하기 때문이겠죠. 공자, 낙양, 흑룡강, 요하 같은 이름인데요. 그런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대한 원어 발음을 기존으로 바꾸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대표적으로 장강-양쯔강, 곤륜산-쿤룬산, 절강성-저장성, 난주-란저우, 백주-바이주 등과 같이 한자어-원어가 두 가지 모두 조금은 친숙하거나 발음에도 무리가 없는 어휘들은 충분히 원어를 중심으로 표기법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장면/짜장면처럼 애매한 경우도 있지만, 대만/타이완처럼 새로 통일해 정립하면 효과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말 명사어에서 한자어 표기법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현대 한국어 발전을 이루기를 기대해 봅니다.

 

쿤룬산맥 곤륜산맥 사진
역사책과 전설에 자주 등장하는 쿤룬산맥  @  소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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