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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탈북민이 빠지기 쉬운 로맨틱한 착각 4가지

by 직관직설 2024.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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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탈북민들을 비판할 의도로 쓰여진 것이 아님을 서두에서 분명하게 밝혀 둡니다.]

 

34천여 명에 달하는 탈북민(새터민)들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먼저 온 통일이라 말했죠. 먼저 왔고, 또 통일이 된 후에는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자산이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민족 사이의 이질감이 통일의 장애요인이자 통일 후 내적 갈등의 핵심이기 때문이죠. 먼저 온 탈북민들은 자유 시장경제에 잘 적응함으로써 다음에 올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의 강을 건너는 브릿지이면서 동시에 귀감이 되고, 그중 일부는 정치와 행정에서 리더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또 미래의 리더십을 키워나가고 있을까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개인적 차이와 정착 기간의 차이가 중요하겠으나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보는 의견이 적다는 게 일반적 평가입니다.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 박충권 씨 @ 국민의힘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 박충권 씨  @  국민의힘

 

물론 태영호, 조명철, 지성호, 박충권 등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 등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지적하려는 부분은 정착 과정의 성공과 실패와 무관하게 얼마나 새로운 체제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정체성에서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탈북민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하나원을 비롯해 정착 과정을 돕는 프로세스의 문제로 보고, 주로 탈북민 유튜브에서 나타난 일종의 부조화문제를 설명해 보려 합니다.

 

 

1. 딱 보니 알겠는데?” 한국 사회를 도식화하여 인식한다?

이 문제는 대부분의 탈북민들에게서 나타납니다. 이를테면 한국 정치는 이렇다, 이럴 것이다, 또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규정하는 인식 패턴이 다소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사회는 뭐라 간단하게 정의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사회가 바로 여깁니다. 물론 나쁘다는 얘깁니다. 아주 짧은 시간에 기적적인 경제발전과 유례없이 급속한 민주화를 함께 이루다 보니 그렇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합니다. 국민성도 큰 부분이긴 하죠.

 

이는 탈북민들의 치열한 현실 인식 특징도 한몫을 하는데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견고한 수직적 통치 체제에서 유연한 수평적 협력 체체로의 이동이 주는 인식의 지체현상이 아닐까 싶네요. 특히 심각한 사회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모습이 큰 충격을 주고 있고요. 도대체 이렇게 싸우고 반목하면서도 국가가 성장해 나간다는 사실에 의문을 던지는 탈북민도 많죠.

 

한국은 치열하고 복잡한 사회입니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갈등구조가 깊은 건 사실이지만,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특성이 바로 다원화 기반의 여론 수렴구조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데요. 그래서 사회가 매우 유동적이면서 급변해 가는 특성을 이해하고 수용하기에 쉽진 않을 것이라 봅니다. 물론 오래 살아 온 우리도 쉽지 않으니까요.

 

 

2. “난 평양 금수저였어!” 금수저는 그냥 좋은 것?

요즘 탈북민 유튜버들이 자주 내세우는 타이틀이죠. 이런 현상은 정말 최악입니다. 한국 방송들이 금수저 금수저 하다 보니 이를 너무 당연시하는 풍조로 이해됩니다.

 

평양의 금수저는 고위 공산당 간부나 부유층을 말하죠. 출연자는 탈북민이고요. 과연 어울리는 조합인가요? 다 떠나서 이 많은 탈북민들과 아직도 북한 체제에서 시름하는 2천만 주민들이 무엇 때문에 초죽음 상태의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은 자기 모순적인 행동입니다. 로맨틱한 패착이라기엔 너무 심각한 모순임에 분명합니다. 이 유튜브를 보는 한국 서민들은 북한 금수저가 왜 한국에 와서 내 세금을 축내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금수저, 부자는 좀 오지 마세요.

 

, 한국의 금수저는 어떤가요? 극소수의 특권층을 말하는데 주로 드라마나 교양 프로그램에서나 등장하는 콘셉트입니다.. 만약 현실에서 금수저라고 자랑하고 다닌다면 거의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하겠죠? 드라마에선 극적 효과를 위해,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뜻밖에 금수저?’라는 개념이지, 자존감을 높이려는 의도로는 쓰이지 않고, 역효과를 낸다는 점을 간과한 듯하네요.

 

3. “북한은 곧 무너진다?”

로맨틱한 착시효과라고 할까요.

독재체제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잘 무너지지 않는 이유나 한 방에 무너지는 이유, 그리고 반드시 무너져야 할 이유가 딱 한 가지죠. ‘독재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북한이 언제 무너질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죠. “강하면 부러지지만, 언제 부러질지는 알 수 없다가 정답입니다.

 

김정은과 딸 주애
김정은과 딸 주애  @  조선중앙 TV

 

 

다만 북한에 살 때보다 탈북한 후에 북한 소식을 아주 자세하게 접하다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수십 년 지켜본 관점에서는 몇 번의 고비를 넘어가는 북한 정권의 보위부를 정점으로 하는 권력 유지 시스템이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모순을 해소해 나가는 방식과 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폭력적이어서 상식적 판단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전혀 새로운 현상의 모순점들은 북한이 헤쳐 나가기에 녹록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특히 북한이 해결하지 못하는 가장 심각한 모순은 집단지성 시스템이나 테크노크라시(전문적·기술적 관료)와 같은 인적 인프라가 심각하게 결여된 1인 지배체제라는 점이죠. 특히 북한이 강력한 UN제재 아래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동아시아 주변 정세와 글로벌 경제 질서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북한은 곧 무너질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한국은 외모 지상주의 사회?”

일견 딱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미모를 사람의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습니다. 저급하고 잘못된 문화임에도 분명합니다. 세상에 수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된다고 이런 문화를 추종하는지요. 그러나 외모 지상주의에도 한 가지 단서가 필요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미인, 미남이라 말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여야 하죠. 그겁니다.

 

요즘 탈북민 유튜브에서는 내가 미인!”이라는 진행자 미인 셀프 인증이 줄을 잇고 있죠. 불편합니다. 진짜 미인의 기준에 근접하는 경우에는 오만함으로 비치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오히려 비호감을 삽니다.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연예인들은 다 하는데, 왜 탈북민은 안 되냐고? 연예인들도 다 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김희선 씨나 몇몇 배우들이 미인 타령을 하는 건 그 프로그램의 콘셉트이며,, 실제 공인된 미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김희선 씨는 팔푼이 되고 말겠죠. 한마디로 김희선 표 공주병설정으로 봐야죠.

 

배우 장동건 씨가 한 프로에서 자신을 미남이라 생각하느냐 물었더니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고, 얼굴에 불만이 많다.”라고 말한 걸 기억할 겁니다. 한때 화제가 된 말이죠. 장동건의 진심일 수도 있고, 현명한 답변일 수도 있습니다. 뭐라 한들 장동건이 어디 가냐고요.

 

미인은 그냥 누구든 보면 그런 줄 알죠. 규정이 필요가 없는데 규정하려 들면 오만이나 결례가 됩니다. 그리고 탈북민 유튜버가 연예인이냐 아니냐의 이견도 있을 수 있죠.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방송인입니다. 외모나 미인 콘셉트로 흥행해 보겠다는 전략은 탈북민이든 그 누구든 방송인으로서는 무리한 전략 아닐까 여겨집니다.

 

김희선  @ W,  쇼파드

탈북민 유튜브에서는 너무 작은 아파트를 받아서 실망했다라거나 국정원 조사를 거쳐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또는 건강검진에서 피를 너무 많이 뽑는다와 같은 주장들이 있지만 입국 초기의 단순한 착각으로 보아 여기서는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만약 한 예로서 북한 금수저이슈가 더 커져서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면 탈북민 지원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저의 우려입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대해, 또 한국 시민들이 탈북민에 대해 인식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한 지금은 중요합니다.

 

분위기를 좀 바꿔 보죠. 이 글 주제와는 별개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북으로 대북 전단을 실은 풍선을 날리는 박상학 님, 북한 주민들에게 진심 어린 영상 편지를 보내는 주성하 님을 비롯해 북한 인권신장을 위해 헌신하는 많은 분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북한 주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  주성하 TV

 

 덧붙여 이런 말로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이 땅에 사는 34천 탈북민은 우리 민족의 큰 자산입니다. 이들이 가진 엑소더스는 세계적으로 온 역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드라마틱하고 또 의미심장한 경험자산이며 미래가치가 높은 그것입니다.

그들 심장 하나하나마다 아픔과 인식이 모두 다르다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얻은 개인적 자유의 의미 위에 공공적 의미의 그 무언가를 더할 때 엑소더스의 가치가 사회적 존재의 가치로 빛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국정원과 하나원에서도 개인적인 정착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민족의 자원으로서의 탈북민을 보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당부를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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