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냄으로써 남과 북은 치킨게임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입니다. 여기서 물러서는 것은 윤석열 정부나 김정은 정권의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에 한쪽의 후퇴로 끝나기 어렵기 때문이죠.
2차 오물 풍선이 도착한 오늘(9일) 우리 정부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해 2시간 동안 송출된 이번 확성기 방송은 시험방송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대북 방송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라는 강경한 태도를 표시했죠. 이런 즉각적인 대응이 치킨게임으로 가는 강대강 대치 국면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의 대북 풍선 보내기가 예견된 상황에서 북한이 2차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것 자체가 치킨게임을 의미합니다. 남과 북이 한 발씩 다가서는 이 모습들을 보면서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이 치킨게임은 어디까지 갈까요?
결국 장마당이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나?
문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안고 있는 절박함입니다. 오물 풍선이 바로 그런 의미죠. 북한 사회는 지금 넘쳐나는 한류와 마약, 그리고 경제난으로 거의 통제기능을 잃고 있습니다. 독재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 바로 혼란입니다. 그 핵심에는 한국 드라마를 통해 의식이 깨어난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있습니다.
‘80~’90년대에 태어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식량 배급체계가 끊어지고 장마당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쟁 체제 토양에서 자라난 장마당 세대. 지금 북한을 이끌어나가는 장년층으로 성장한 이 세대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고, 한류 문화나 외국 문물에 호기심이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중국 단둥과 지린성 폭동 사건을 주도한 것이 이 세대입니다.
장마당에서는 한국 상품이 암거래되고, 상품과 함께 한류 드라마 USB까지 유통됩니다. 또한 여기서는 달러와 중국 위안화가 거래 수단으로 쓰입니다. 김정일의 화폐개혁 이후 북한 화폐는 이미 시장기능을 잃은 상태죠. 당연히 북한 정부로서는 가장 두려운 공간입니다. 배급을 줄 경제력은 없고, 놔두자니 점점 확장하면서 북한 경제력을 좌지우지하는 장마당. 여기서 신흥 자본주들이 속속 등장하는 게 김정은으로서는 최대의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조만간 북한 정권의 종말이 온다면 그 시발점은 장마당이었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경제와 정보 소통, 문화를 움직여 정권의 힘이 쇠락한다면 그게 멸망의 시발점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대북 확성기 방송, 국지전으로 이어질까?
지금 우리 관심사는 오늘 재개하게 될 대북 확성기 방송이 어떤 대치 국면으로 이어질까입니다. 고정식 24곳, 이동식 16기를 포함해 모두 40개인 대북 확성기는 워낙 출력이 세서 음향이 잘 퍼져나가는 날씨가 좋은 날엔 평양 부근까지 들린다고 합니다. 실제 이를 듣고 탈북한 사람들이 많을 정도죠. 좀 과장하자면 확성기는 우리나라 문화 영토를 개성을 넘어 북방 30km까지 확장하는 겁니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쥐고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인데요. 자꾸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더 해볼 게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가장 우려되는 국면이 바로 국지전 도발입니다.
현재로서는 그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게 결론입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듣고 “내가 졌소!” 하고 물러서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쓸 카드가 없고, 대화의 창구도 끊어진 상태다, 이게 문제입니다. 여기서 국지전을 선택한다면 이것은 진짜 치킨게임으로 가는 겁니다.
국지전, 김정은의 무덤 팔 수 있다
만약 북한이 궁지에 몰려 연평도 해전 같은 국지전 도발을 감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올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심각한 국면이 올 게 명확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말이죠. 왜 그럴지 그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군사정권 이후 과거 어느 정권보다 북-중-러 전체주의 체제와 강한 대결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나빠진 측면, 여기엔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점이 배경으로 작용하므로 국지전 충돌은 매우 위험한 파국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합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생각납니다.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를까요? 방심하다 한 방 맞은 것과 준비하고 있다가 반격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김정은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바로 이겁니다. 지금 포격전이 벌어진다면? 군사전문가 100명에게 물어본다면 아마도 90명 이상은 북한의 참혹한 패배를 말할 겁니다. 나머지 10명은요? ‘참혹한’ 이 말만 빠지고 결과는 같을 겁니다.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이 400발의 포를 쏘아 80발 정도가 섬에 떨어졌죠. 타깃에 적중한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주로 122mm 방사포와 76.2mm 해안포였습니다. 그 정도 전력으로 우리를 상대하는 것은 무모함을 넘어 자살행위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거라면 제대로 응징하는 게 우리의 현재 안보 상황입니다. 이번에도 포격전이라면 당연히 K-9 자주포(자주곡사포)가 우리의 주력 공격 전력이 될 겁니다. 1,300문 정도를 운용하고 있는 이 포는 155mm 구경에 타깃 정확도가 매우 높습니다. 연평도 포격 당시 사격명령을 받은 즉시 급하게 잠금장치를 풀고 80발을 쐈는데 타깃에 정확하게 적중된 게 15발이었다고 하죠. 곡사포로서는 세계 최고 명품무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이버 공격이나 복합적 도발은?
사실은 이런 게 더 문제입니다. 포격 대 포격 같은 전투는 대응 전략과 결과가 예측되지만, 대응이 어려운 게 사이버 공격이나 테러, 방화, 암살 같은 건데요. 이런 공격은 원인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대응하기에 난감하기 때문인데요. 지금으로선 북한이 할 수 있는 다음 단계의 도발로 개연성이 높아 보입니다.
지금 이 상황은 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웬만한 복합적 도발은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상황이며, 우리 정부의 대응 방법도 다양하게 전개될 개연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기서도 아주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군사적 도발이든 음성적인 방법의 테러이든, 인공위성이나 레이더 등 한-미 정보자산들과 국내의 촘촘한 CCTV 감시망을 피해 완벽한 도발을 전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추가 도발을 한다면 우리의 대응 방법이란? 이를테면 확성기 방송, 대북 풍선 살포 등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추가 대응에 나서는 겁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하거나 개성공단 손해배상, 그동안 누적된 채권을 회수하는 방법도 가능한 옵션입니다.
북한은 물론 중국에게도 가장 민감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 내 탈북자 문제입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북한이 2020년 초 북쪽 국경을 폐쇄한 이후 중국 정부가 670명 이상의 북한 주민을 북송했습니다. 지난해 10월 9일 500명 이상을 강제 송환했고, 지난해 9월 18일 40명, 같은 해 8월 29일 80명, 2021년 7월 약 50명 등을 북한에 돌려보냈죠. 중국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 인권 문제를 유엔과 손잡고 강하게 제기하며 탈북자 난민 인정을 받는 방향으로 국제여론이 움직이면 코너에 몰리는 건 북한입니다.
물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옵션이 있겠지만 시급한 것은 국정원의 대북 대응력을 대폭 보강하고, 국내 파트를 복원해 북한과 연계한 종북 세력들을 묶어두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과 북한 동조 여론을 차단하는 지름길이죠. 사실 이번에도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순전히 우리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 대북 대응을 멈춰야 한다는 논리는 교실이 시끄러워지니 학교폭력을 참아야 한다는 것과 다른 게 뭔가요? 명분 없는 굴욕적 평화는 우리가 원하는 평화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국가 안보는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입니다. 따라서 조심스럽고 안정적인 정책 기반에서 운용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충분한 대응능력이 확보돼 있습니다.
후세에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 번 제대로 응징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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