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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은 왜 미국을 이길 거라 착각했을까?

by 직관직설 202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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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아마도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 가장 중요한 원인이 미-중 대결구도에서 시작됐다. 사실상 미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이 갈등은 미국이 압박하고, 그 압박에 대해 중국이 정면 대결을 선택한 결과가 낳은 구도라 볼 수 있다.

 

중국은 지금 아주 고통스러운 상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관세 인상 등 무역 압력에서부터 지적재산권 발동, 군사적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에 의한 중국 내 달러 유출도 중국에 큰 고통을 안겨주는 요인이다.

 

여기서 우리는 당연히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중국은 이러한 압박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정도까지 미국이 압력 게이지를 높일 거라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미국이 예전 같은 강대국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중국은 2008년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보면서 그렇게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간과한 몇 가지 요소들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현재 중국의 고통지수를 높이는 패착의 요인이 되었다. 

달러화  @ pixabay

 첫째, 미국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 정도의 경제 대국이 세게 밀면 쓰러질 듯하던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튼튼했다. 사실 미국 경제 체질은 예전 같지 않았고, 금융산업을 축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은 맞았지만, 혼란을 겪던 금융산업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도 일부 제조업 등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미국 경제가 고용시장의 안정세와 함께 균형감을 찾기 시작하자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인플레이션을 빌미로 역대급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여기에 전 세계 경제가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었고, 가장 큰 피해를 본 게 바로 중국이었다. 글로벌 자본시장이 출렁이면서 달러가 일거에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기축통화의 힘이었다. 어쩌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른 세계 경제의 공급망 혼란 속에서 그나마 자원과 달러를 가진 미국이 잘 버텼고, 거기에 금리인상이라는 변수가 겹치면서 미국의 주도력이 더 강력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시진핑은 성급했다는 게 결과론이다.

 

둘째, -중국은 의외로 강하고, 치명적이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제조업체들의 탈-중국 흐름은 예상보다 거셌다. 중국이라는 엄청난 시장을 버리고 나갈 것이라는 예상을 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을 버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전망이 우세했었다.

 

이 역시 결과론으로 보면 틀렸다.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탈-중국 동기를 꼽으라면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불신감을 들 수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시장과 정부에 대해 많은 불신과 스트레스를 축적해 온 후였다. 그리고 중국 시장에서의 재미도 예전만 못했다. 울고 싶은 자의 뺨을 때린 격이었다.

 

흔히 중국 시장은 돈이 넘쳐나고, 부자들이 많아 공략하기 쉬운 시장이라 말하지만, 기업들이 보는 관점은 좀 다르다. 부자가 많다고 하나 그 부자들이 하루 세끼 이상 먹지는 않고, 하루 한 켤레씩 양말을 사진 않는다. 10억 명 이상의 중국인들은 외자기업들이 제조한 양말이나 스마트폰을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외자기업들의 탈-중국 바람은 중국 고용시장에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 중국 정부는 청년 실업률이 20퍼센트 중반대라 말하지만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50퍼센트 이상이라 말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차지하던 글로벌 기업들이 사라진 중국에서 고용의 질로 따지면 중국인들이 느끼는 충격과 상실감은 매우 컸다.

 

셋째, 중국 경제는 너무나 허약했다

 중국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가장 큰 충격은 중국 경제를 떠받치던 제조업과 부동산 산업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했다는 거였다. 외자기업들의 빈자리와 함께 건설사들의 부채 급증으로 인한 도산이 도미노처럼 일어났다.

 

이는 곧 지방 정부들의 재정 부실화로 이어졌다. 심지어 최근에는 헤이룽장성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지 못하는 도시가 생겨나고,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지자체가 속속 나타났다. 전기세를 못 내 불이 꺼진 공안국(경찰서), 급여를 받지 못해 거리로 나선 교사들과 의사들. 이것이 바로 지금 중국의 현실이다.

 

더욱 중국 정부를 난감하게 만든 건 바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의해 엄청나게 투자된 사회간접자본(SOC) 문제였다. 특히 지방정부들은 GDP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고속도로와 공항, 항만, 관광단지들을 조성하면서 부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특히 구이저우성에서는 공항과 교량, 고속도로 등에 가장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고, 세계 기록을 세우기 위해 24층짜리 목조 호텔을 건축하다 중단하는 등 무절제한 건설사업을 벌인 결과 GDP 순위 중국 1위로 8.3%를 기록했지만, 부채가 한화 512조원에 달해 도산 위기를 맞았다. 중국 지자체 부채를 모두 합치면 2경 원 정도라는 통계가 있다.

 

구이저우성 두산현에 짓다 만 목조호텔  @  소후닷컴

넷째, 첨단기술은 아직 멀었다

세계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곧 미국이나 한국의 첨단기술을 추월하리라 예측했다. 국제 학술지 논문 발표 실적이나 특허 출원 실적 등이 그런 견해를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군사기술 등 첨단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이 최고 수준과는 아직 한참 격차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이는 중국 내에서 비즈니스나 연구활동을 하던 전문가 또는 엔지니어들이 하나같이 아직 한국의 70~80%를 밑도는 수준이다라고 주장해 온 사실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중국은 첨단기술 홀로서기에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다.

 

특히 산업의 쌀이라 불리고, 군사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에서 중국은 실패한 케이스다. 바로 이 대목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많은 홀대를 했던 중국 정부의 경솔함이 요즘 전문가들의 비판 도마에 오는 이유다. 세계 반도체 강국인 타이완과도 돌아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중국으로서는 반도체 아웃사이더로서의 설움을 겪을 일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중국 경제, 독자 생존 어렵다

이런 의문이 들지 않는가? 그런데도 아직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이상을 유지하는 까닭이 뭘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은 아직 부동산 개발이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분양이 저조하고, 망해 나자빠지는 부동산 기업들이 허다한데 여전히 건설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과 함께 생산재 산업과 초저가 상품들이 과잉 생산되고 있는 현상도 성장률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이는 실질적인 경제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또 다른 의문도 든다. 중국에도 경제전문가가 많을 텐데 이렇게 거의 모든 면에서 실패하도록 방치될 리가 있는가? 그렇다. 중국에도 세계적인 경제 석학이나 관료가 많다. 대표적으로 리커창(李克强) 같은 전 총리가 경제 전문 관료였다. 그의 전문적인 정책 제안은 시진핑 정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시진핑과의 갈등설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는 작년 10월 갑작스레 사망했다. 의문사로 보는 이들이 많다.

 

최근에도 중국 경제에 대해 차가운 비판을 쏟아내며 중국 정부의 눈총을 받고 있는 칭화대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 역시 세계적인 경제전문가다. 한때 인민은행 금융정책 책임자였고, ‘중국경제의 국사(國師)’로까지 불리던 그 역시 밀려나 학자로서 비판적 입장만을 피력할 뿐이다. 그는 며칠 전에도 한 강연에서 중국 경제는 지금 아주 어려운 국면에 있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가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 경제는 공산당과 경제 관료들만의 손에 의해 움직인다. 그것이 중국 경제의 한계다. 그리고 경제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벌써 15년째 계속되는 미중 갈등은 두 나라 중 한쪽이 물러설 때까지 끝날 기미가 없다. 시진핑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고 리커창 전 총리와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  @  소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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