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

물난리를 대하는 중국 정저우 시민들의 놀라운 평정심

by 직관직설 2024. 7. 24.
반응형

물에 잠긴 중국 도시들을 보면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그 엄청난 만이 아니다. 그 영상 속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월요일(723) 1천 년만의 기록적인 대홍수라는 최악의 홍수가 닥친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도심 모습을 담은 스마트폰 영상이 전 세계 언론과 유튜브를 타고 전해졌다.

 

아래 사진은 무릎까지 물이 잠긴 도로 노점상에서 팔 아침식사를 프라이팬으로 요리하는 모습이다. 지나는 행인조차 거의 없고 다들 물 피하기에 바쁜 이 처절한 재난 현장에 장사를 하러 나온 저 남성의 생각은 정말 뭘까.

동영상을 보면 지금 이 거리에 들어찬 물은 강물처럼 빠르게 흐르고 있다.

홍수 속의 정저우 노점상  @  유튜브 캡처

이 난리에 장사가 되고 안 되고를 묻기 전에 도대체 기록적인 대홍수가 저 남성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다. 중국에 살아 본 나의 경험으로 그의 심정을 대변하자면 십중팔구 그는 홍수는 늘 있는 일이고, 나도 늘 하던 일을 하는 것뿐이라 말할 것 같다. 그에게 물난리가 일상생활과 별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사실은 아주 분명해 보인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정저우시 거리에선 아침 출근길에 나선 차량들이 바퀴가 물에 잠긴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정체된 도로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포착된다. 만약 재난지역이 선포되고, 시민들의 이동을 자제하라는 재난 안내가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이날 정저우시에 내린 폭우는 시간당 최대 200mm 수준으로 바로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안 보일 정도였다고 전한다.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시의 인구는 서울보다 훨씬 많은 1,300만 명이다. 만약 이 도시의 많은 회사들이 정상 출근을 요구했다고 가정하면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관념으로선 말이다.

아직 폭우는 진행 중이라 정확한 피해 규모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홍수 속 정저우 시민들의 출근길  @  유튜브 캡처

최근 중국에 불어닥친 경제난 때문일까? 이런 생각을 해 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이런 홍수, 그리고 이런 모습이 정저우에서만도 낯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시간당 최대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정저우시 모습이 세계 언론에 전해져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집중 보도된 뉴스 영상에는 물에 잠긴 지하철 객차 안에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구조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었다. 승객들이 SNS를 통해 구조요청을 했다지만 적극적인 자구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영상만 봐도 분명했다.

2021 년 대폭우 때 정저우 지하철 침수사고  @  유튜브 캡처

물이 차오른다면 어떻게든 폐쇄된 객차를 벗어나 터널 안 높은 지대로라도 피하고 봐야 할 것 같은 절박한 상황이다. 그건 우리 생각일까? 정저우 시민들은 다른 생각인 듯하다

 

이날 지하철 침수사고로 12명이 사망했고, 도시 전체 사망자 수는 241명이었다고 정저우시 측은 발표했다. 그 이듬해 중국 국무원 조사에서 정저우시는 사망자 139명을 은폐했으며, 실제 사망자 수는 380명이라 밝혀진 바 있다. 중국의 사망자 축소는 대형 지진에서도 자주 보아온 일이긴 하다.

 

 춘추 전국시대 정()나라의 수도여서 기원전부터 정저우(鄭州)는 이름을 얻은 이 도시는 도교사원과 고대 건축물 등 문화재도 많이 보유한 중국의 대표적인 고도(古都)이다. 황하(黃河)를 끼고 평야의 중심부에서 발달한 도시이다 보니 홍수 피해를 자주 겪는다.

그런 까닭일까? 시민들은 정말 우리로선 이해 불가의 영역에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속에서 극도로 대담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으로서는 고원과 평지가 양분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잦은 물난리에 재난 개념보다는 숙명으로 여기고 홍수에 대응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매번 무너진 제방과 교량, 도로를 다시 세우는 비용으로 대비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없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심지어 재난 희생자를 은폐할 생각까지 하다니. 우리 나라처럼 매년 해당 공무원을 문책하고 대통령까지 탄핵한다고 난리 치지 않더라도 말이다. 다만 우리의 생각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