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손흥민은 중국인”이라 주장하는 중국인들을 보면서 질투 때문이라 말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중국인들은 진심으로 손흥민을 중국인이라 생각할 수 있다. 단지 질투 때문에 그런 어림없는 주장을 하겠는가. 고구려 문제나 김치, 한복처럼 모두 중국 것이라는 주장이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일부 또는 전부가 진심일 수 있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누가 들어도 말이 안 되는 그런 주장을 하는 중국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말싸움밖에 되지 못한다. 그 근원적인 모순을 이해한다면 그리 복잡할 것이 없다.
중국인들은 깊이 있는 정확한 지식이 부족하다. 특히 역사나 문화에 관하여 그렇다. 그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해보면 심오한 지식이나 고민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금세 간파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인민들이 심오한 학습이나 고민에 빠지기를 원치 않는다. 그들의 대학 커리큘럼이나 강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두 자녀를 중국에서 대학에 보낸 부모로서 그 점을 잘 안다.
“공자는 동이족” vs “손흥민은 중국인”
이 두 명제를 놓고 그 차이를 정확하게 변별할 수 있다면 모든 모순이 해소된다.
전자가 99% 진실인 명제라면, 후자는 100% 거짓 명제다. 동이족은 혈통 개념이며, 중국인 개념은 국적에 관한 문제다. 한국인이 공자에 대해 고대의 동족이라 주장하니 중국인들은 손흥민에 대해 자국민이라 주장하는 격이다. 공자를 빼앗기고, 손흥민을 훔쳐 가려는 것인가. 넌센스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왜 이 간단한 명제 검증에서조차 오류에 빠진 것일까? 여기에 문제가 있다. 바로 중국이 주창해 온 ‘중화주의(中華主義)’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 주변국과 세계를 이끌어 간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현재 강점하고 있는 티베트나 신장위구르, 더 확대하여 몽골, 남중국해나 북한 등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중국 역사의 개념을 ‘현재 중국 영토 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정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 개념 자체가 이미 고립된 상태이다.
그러나 국가의 영향력과 ‘손흥민=중국인’이 어떻게 같은 일인가. 우리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그들은 “원래 손씨(孫氏)는 중국에서 나온 성씨잖아”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중국 네티즌만이 아니라 대학교수, 언론까지 가세해 일명 ‘손북공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중국인들에게 퍼져나갔다. 현재 중국에서는 “손흥민은 손오공의 후예, 오나라 후손” 등의 말들이 퍼지고 있다.
이때 중국이라는 개념은 현재 중국 영토를 가리킨다. 그렇게 치면 중국에서 나오지 않은 성씨는 거의 없다. 여기서도 중국인들은 착각하고 있다. 국가를 영토 개념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다. 국가는 언어를 포함한 문화, 민족의 구성, 주권, 영토 등이 이루는 복합체이지만, 중국에서는 영토만을 기준으로 본다.
이것은 마치 당장이라도 중국 영토의 일부 또는 전부가 주변국에게 침탈당하면 그 영역은 중국이 아니게 된다는 논리와 같다. 그럴 거라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모순적이며 무리한 논리를 펼친단 말인가? 단지 영토만이 기준이라면 피마인디언의 3만 년 넘는 역사는 미국의 역사여야 한다.
김치나 한복 문제는 어떤가.
중국 역사상 김치나 한복 같은 문물이 존재한 적은 없었다. 물론 그러한 기록조차 없다. 다만 고구려나 부여 같은 나라를 중국 역사라 규정한다면 달라진다. 자. 백보를 양보하여 이렇게 물어보자. 지금 중국에서 명절이나 일상생활에서 김치나 한복을 먹고 입는 사람들이 있는가?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조선족들이 있다고. 여기서 더 따지고 들 이유는 없다.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배추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동치미, 파김치, 보쌈김치, 백김치 등등. 재료와 지역에 따라서 수백 가지 다양한 형태와 맛을 내는 김치를 만들어 즐길 수 있는 민족은 한국 말고는 없다.
그렇다. 국가와 민족, 문화 등의 초보적인 개념을 변별하기 싫어하는 중국인들이 “손흥민은 한국인”이라 인정하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점은 매우 분명하다. 인식이 고립된 집단은 발전하지 못한다. 역사상 단 한 번도 고립된 집단이 세계를 지배한 적은 없었다. 중국은 대국이라서 다를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김치나 한복을 문화적 키워드로 앞세워 어떤 문화적 창조물을 만들어낼 저력이 중국엔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을 중국의 축구 영웅이라 떠받들고, 손흥민이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날이 오기 전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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